유아기의 공감 능력 발생 시점과 환경 요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아이가 남의 마음을 느끼기 시작했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며 그런 장면을 몇 번이나 경험했어요. 공감이라는 건 어른만의 영역 같지만, 사실 유아기에도 그 씨앗이 분명히 존재하더라고요. 오늘은 유아기의 공감 능력이 언제쯤 시작되고, 어떤 환경에서 더 잘 자라는지, 육아 전문가이자 엄마로서의 제 경험을 담아 나눠보려고 합니다.

공감의 씨앗은 언제부터 자랄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감정을 같이 느끼는 능력"이에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능력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조금씩 싹을 틔웁니다. 신생아가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따라서 우는 현상,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건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초기 형태의 감정 공감으로 본다는 연구들도 있어요. 제 첫째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제가 힘든 표정을 지으면 얼굴을 들여다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더라고요. 그 손짓이 말은 아니지만, "괜찮아?"라는 위로처럼 느껴졌어요. 공감이 말이 아닌 비언어적인 형태로 먼저 자라나는 걸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죠. 보통 생후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는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고 반응하는 행동이 더 뚜렷해져요. 예를 들어, 동생이 울면 장난감을 건네주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엄마가 다쳤을 때 자기도 슬퍼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죠. 물론 이건 모두 아이가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발달 속도는 다르고, 상황에 따라 그 시점은 유동적이에요. 중요한 건,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때 어떻게 반응해주는지예요. 아이가 공감하는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동생이 아파서 속상했구나"처럼 말로 풀어주는 것, 이게 씨앗을 더 깊게 심는 방법이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공감은 타인에게만 향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감으로도 연결된다는 점이에요. 아이가 자기 감정을 잘 인식하고 다룰 수 있는 것도 공감 능력의 일부입니다. 아이가 슬프거나 화날 때, “이 감정이 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타인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공감을 키운다는 건 결국 아이의 자기 이해를 돕는 일이기도 해요. 또한 공감은 단지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을 넘어서서, 행동으로 연결될 때 진정한 공감 능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엄마가 아플 때 물을 가져다주는 행동, 친구가 울 때 등을 토닥이는 손길, 이런 것들이 바로 공감의 ‘결실’이죠. 이 결실이 열매 맺으려면, 그 안에 수많은 감정의 관찰과 모방, 그리고 반복된 경험이 들어 있어야 해요. 말로만 ‘공감해’라고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육아하면서 느끼게 되는 부분이죠.

어떤 환경이 공감 능력을 자라게 할까요?

공감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자라는 환경이 정말 중요해요. 제가 육아 상담을 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에게 공감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요?"인데요, 사실 공감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고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공감을 배운 가장 큰 장면은, 제 감정이 아이들 앞에서 솔직하게 드러났을 때였어요. 하루는 제가 너무 지쳐서 소파에 기대어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둘째가 조용히 제 손을 잡더니, "엄마 아파?" 하더라고요. 그날 저는 "엄마 오늘 많이 피곤했어. 너는 언제 힘들었어?" 하고 되물었어요. 그 대화를 시작으로 우리 사이의 공감이 훨씬 자주 오고 갔답니다. 가정이라는 공간이 감정을 억누르는 곳이 아니라, 나누는 곳이라는 걸 아이가 느끼게 해주는 게 핵심이에요. 부모가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공감 학습 환경'이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감정의 언어를 자주 쓰는 것이에요. "속상했구나", "기뻤겠다", "걱정됐지?" 같은 말들이 아이의 감정과 공감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죠. 전 이걸 ‘감정 단어 샤워’라고 부르기도 해요. 자주 들으면 익숙해지고, 그 단어들을 사용해서 아이도 자신과 남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저는 상황극이나 인형놀이를 자주 활용했어요. 작은 인형 두 개로 ‘아기와 엄마’, ‘친구와 친구’ 역할극을 하면서,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죠. “이 친구는 지금 기뻐요”, “이 인형은 속상해서 울어요” 같은 말들을 들려주다 보면, 아이가 공감의 감정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더라고요. 놀이를 통해 감정을 배운다는 건 아이에게 부담이 없고, 오히려 가장 자연스러운 학습 방식 중 하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또한 저는 아이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할 때, 그 마음을 막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때론 "괜찮아, 엄마가 할게"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 아이의 ‘도우려는 마음’을 살려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 작은 실천들이 쌓여 공감하는 아이, 함께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길이 되었답니다.

엄마의 반응이 곧 아이의 공감 교과서예요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아이가 공감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어요. 아이가 실수했을 때 "왜 그랬어!" 하고 다그치거나, 다른 아이가 다쳤을 때 "괜찮아, 그냥 넘어가"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죠. 물론 다 엄마도 여유가 없을 때니까 이해는 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템포 쉬어가는 게 중요해요. 저는 육아 전문가로서 수많은 사례를 보면서, 엄마의 감정 조절 능력이 아이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핵심이라는 걸 느꼈어요. 특히 3세 전후가 되면 아이는 주변 어른들의 감정 표현을 고스란히 따라 합니다. ‘거울’ 같은 시기죠. 엄마가 누군가를 배려하고, 실수해도 다정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도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흡수해요. 예전에 첫째가 친구 장난감을 망가뜨리고 친구가 울었을 때, 저는 바로 화내는 대신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 친구 마음이 어때 보이니?" 그랬더니 아이가 "속상하고 무서워"라고 대답했죠. 그다음엔 스스로 "미안해" 하더라고요. 이 작은 순간 하나가,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어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엄마 자신도 공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엄마가 지치고 외로울 때, 주변에서 진심 어린 공감 한마디만 들어도 육아가 훨씬 덜 외롭거든요. 그런 공감 경험이 쌓이면,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어요. 결국 공감은 ‘주고받는 과정’이지, 일방향의 훈육이 아니라는 걸 저는 두 아이와 살아가며 배웠습니다. 아이에게 공감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스스로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주는 연습부터 시작해보세요. 엄마가 행복하고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일 때, 아이도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거든요. 결국, 공감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거기서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거니까요.

결론: 공감은 일상이 되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달라집니다

공감 능력은 특별한 교육보다 일상의 작고 따뜻한 순간들에서 자랍니다. 유아기라는 짧지만 결정적인 시기, 우리는 그 씨앗을 어떻게 돌봐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마음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아이의 반응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내 감정이 존중 받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죠.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타인에게도 같은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랑 받은 기억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곧 아이가 자라서 세상과 맺는 관계의 밑거름이 됩니다. 오늘부터라도 아이의 작은 감정 하나에도 진심으로 반응해 주세요. 그 반복이 아이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공감하는 아이는 결국,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매일의 육아 속에서 조용히 씨앗을 심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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