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이후 말이 느린 아이의 언어자극 놀이

첫 돌을 지나면 주변에서 “이제 말은 좀 해요?”, “엄마, 아빠는 하나쯤 하지 않아요?” 같은 질문을 자주 받게 되죠. 그럴 때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두 아이를 키우며 느낀 건, 말이 빠른 아이도 있고, 조금 천천히 말문이 트이는 아이도 있다는 거였어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아이가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환경이에요. 이 글에서는 말이 느린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언어 자극 놀이 방법들을, 저의 경험과 육아 전문가로서의 관점을 바탕으로 따뜻하게 전해드릴게요.

소리로 반응을 끌어내는 놀이: 말보다 먼저 듣기부터

첫째 아이는 돌 무렵 “빠빠” “맘마” 같은 단어를 말했지만, 둘째 아이는 훨씬 조용한 아이였어요. 말이 늦다는 생각에 걱정도 되고, 혹시 청각 문제는 아닌지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고민했던 적도 있었죠. 그런데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아이가 말하는 속도보다 소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말보다 먼저 ‘소리를 들려주는 놀이’에 집중했어요. 예를 들어, 일상 속에서 나는 소리에 대해 이름을 붙여주는 거예요. 전자레인지가 ‘띵’ 하고 울리면 “띵~ 밥 다 됐다!”, 강아지가 짖으면 “멍멍이 짖는다~” 하고 말이죠. 이건 단순히 소리를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듣고 있는 소리를 언어와 연결해주는 과정이에요. 그렇게 하면 아이는 비록 말을 하지 않더라도, 소리와 상황, 말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저는 장난감 소리도 그냥 넘기지 않았어요. “삐뽀삐뽀~ 소방차 온다!”, “띠리리~ 전화 온다~” 하며 소리마다 말과 감정을 더해줬죠. 처음엔 그냥 듣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같은 소리가 나면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는 거예요. 그때 저는 ‘이 아이가 듣고 있었구나, 반응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게 말로 이어지는 시작점이었어요. 말이 늦는다고 해서 아이가 언어에 무관심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는 속으로 수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소리 하나하나를 ‘의미’로 바꿔주는 거예요. 그렇게 언어는 쌓여요. 말은 그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거고요.

반복과 흉내로 이어지는 놀이: 말문을 여는 리듬 만들기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줄 땐 복잡한 말보다 간단한 반복과 흉내가 훨씬 효과적이에요. 제 경험상,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보다 익숙한 리듬이나 억양 속에서 훨씬 빠르게 반응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주 쓰는 말들을 반복된 패턴으로 바꿔 아이와 소통했어요. 예를 들어, 밥 먹을 때는 “밥~ 먹자! 냠냠냠!”을 매일같이 같은 억양과 박자로 말했어요. 목욕할 땐 “물~ 첨벙첨벙~” 이렇게 흥얼거리듯 반복했죠.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따라하던 말들이 어느 순간 아이의 입에서 먼저 나오더라고요. “냠냠!” “첨벙!” 같은 짧은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굉장히 큰 언어의 시작이었어요. 반복 놀이 중에서 특히 효과가 좋았던 건 ‘따라하기 놀이’예요. 예를 들면 제가 “우우~” 하고 기차 소리를 내면, 아이가 “우~” 하고 흉내 내게 하는 거예요. 이것도 대화의 시작이에요. 대화는 꼭 문장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니거든요. 소리로 주고받는 것도 훌륭한 언어의 연습이에요. 말이 늦은 아이일수록, 이렇게 ‘압박 없는’ 놀이가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고 말문을 조금씩 열게 해줘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둘째가 말이 늦어 걱정이 많았던 어느 날, 동요를 들으며 "곰 세 마리~"를 불러줬는데, 아이가 "아빠 곰~" 하고 작게 따라 부르더라고요. 정말 울컥했어요. 저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렸던 셈이니까요. 반복과 리듬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드디어 자기 목소리로 세상에 인사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아이에게 언어는 놀이처럼 다가가야 해요. 강요보다는 재미, 설명보다는 함께 웃을 수 있는 리듬과 몸짓이 더 효과적이죠. 아이의 속도를 믿고,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언어를 노래처럼 들려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자극이에요.

감정과 눈맞춤이 중심이 되는 놀이: 마음이 통하면 말도 열린다

말이 늦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문득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혹시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저도 그런 감정 속에서 많은 밤을 뒤척였어요. 하지만 제가 육아 전문가로서, 또 엄마로서 배운 건 언어 이전에 마음이 먼저 통해야 한다는 거예요. 감정 교류가 없는 상태에선 아무리 좋은 말, 예쁜 말도 아이에게는 잘 닿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말이 느린 둘째에게 말을 가르치기보단 ‘눈을 맞추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어요. 아이와 눈을 맞추고, 감정을 공감해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응, 네 마음 알아~” 하고 표현해줬어요. 그러면 아이도 말 대신 몸짓이나 표정으로 반응을 보여줬죠. 말은 없어도 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거예요. 이런 감정 교류 속에서 저는 놀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했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갖고 놀면서 “곰돌이가 기분이 좋아졌대~ 왜냐면 엄마가 안아줬거든~” 하고 감정을 말로 풀어줬어요. 그렇게 감정 상태를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느낌’과 ‘말’ 사이의 연결고리를 배우게 돼요. 하루 중 가장 효과적인 시간은 아이가 집중해서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에요. 그때 “고마워”, “좋아해”, “우리 ○○이가 엄마랑 놀아서 기뻐~” 같은 말을 꼭 전했어요. 짧고 간단하지만, 감정이 담긴 이 말들은 아이의 마음을 먼저 열어주고, 그 안에서 언어가 피어나는 토양이 되더라고요. 아이와의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는, 말보다 먼저 감정을 건네보세요. 말이 늦는 아이는 느린 게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리듬에 귀 기울이고, 아이가 편안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주면 돼요.

결론: 아이의 속도에 맞춘 따뜻한 기다림이 최고의 언어 교육

아이마다 말이 트이는 속도는 다 달라요. 어떤 아이는 돌 무렵부터 단어를 술술 말하고, 또 어떤 아이는 두 돌이 가까워져서야 겨우 “엄마” 소리를 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속도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부모가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예요.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며 그걸 절실히 느꼈어요. 말이 빠른 아이가 정서적으로 더 건강한 것도 아니고, 말이 늦은 아이가 부족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첫째 아이가 돌 무렵 또박또박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기에, 저는 둘째도 비슷할 거라 기대했어요. 그런데 둘째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조용했죠. 주변에선 “동생인데 따라하겠지”라거나, 반대로 “괜찮아? 언어치료 생각해봤어?”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때마다 마음이 흔들렸어요. ‘혹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 늦는 건가?’ 자책 아닌 자책도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됐어요. 이 아이는 느리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요. 손짓 하나, 눈빛 하나, 숨소리까지도 말처럼 전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제 말투를 흉내 내며 “맘마~”라고 속삭였을 때, 저는 확신했어요. 말은 아이가 준비되면 자연스럽게 터지는 거라는 걸요.

언어 자극 놀이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일상 속에서 들려주는 소리, 반복되는 말투, 웃으며 맞추는 눈빛, 감정을 담은 짧은 한 마디.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언어를 자극하고, 결국 말문을 열게 만들어줘요. 아이가 조용하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지금도 세상의 언어를 조용히, 천천히, 하지만 깊이 있게 흡수하고 있을 거예요.

오늘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고, 짧은 소리를 흉내 내고, 리듬을 나누는 그 시간을 믿어보세요. 그 순간들이 쌓여 아이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처음 나오는 감동의 날이 올 거예요.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부모가 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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